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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어떤 이탈리아인의 커피부심

lusty 2023. 2. 15. 20:49




커피의 종류는 참으로 많고 맛있는 커피도 가지가지다. 나폴리 커피와 에스프레소가 있는가 하면, 터키 커피와 브라질의 카페시뉴, 프랑스의 블랙커피, 아메리칸 커피도 있다. 이 모두가 서로 다르지만 각기 제 나름의 뛰어난 풍미를 지니고 있다.

[아메리칸 커피 중에는 더러 뜨겁기만 하고 맛은 지지리도 없는 것이 있다. 대개 역의 구내 식당에서 사람들을 몰살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보온병 재질의 플라스틱 컵에 따라 마시는 고약한 혼합물 말이다.]

그런가 하면, 가정이나 조촐한 간이 식당에서 베이컨을 곁들인 달걀 지짐과 함께 대접하는 증기 여과 커피는 아주 맛이 좋고 맛이 좋아서 마치 물처럼 마실 수 있다. 다만, 물처럼 그렇게 마시다 보면 심장 고동의 이상 급속이 유발될 수 있다. 그런 커피 한 잔에는 에스프레소 네 잔보다 많은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커피 중에는 위에서 말한 것말고도 구정물 커피가 있다. 대개는 썩은 보리와 시체의 뼈, 매독 환자를 위한 병원의 쓰레기 장에서 찾아낸 커피 콩 몇 알을 섞어 만든 듯한 이 커피는 개숫물에 담갔다 꺼낸 발 냄새 같은 그 특유의 향으로 금방 식별할 수 있다.]

이 구정물 커피는 감옥과 소년원뿐만 아니라, 열차의 침대 차량이나 일급 호텔 등에서도 마실 수 있다.

물론 플라자 마제스틱 호텔이나 마리아 졸란다 앤 브라반테 호텔, 데 잘프 에 데 뱅 호텔 같은 곳에서는 언제라도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커피가 객실에 배달될 즈음이면 이미 식을 대로 식어서 얼음장이 덮여 있기가 십상이다.

이런 낭패를 피하기 위해서, 투숙객들은 콘티넨탈 블랙퍼스트를 주문하고 침대에서 아침을 먹는 즐거움을 누릴 준비를 한다.
콘티넨탈 블랙퍼스트는 롤빵 두 개와 크루아상 한 개, 아주 적은 양의 오렌지 주스, 조가비 꼴의 버터 한 조각, 작은 종지에 담긴 월귤나무 열매 잼과 벌꿀과 살구 잼, 차가운 우유 한 조끼, 10만 리라의 금액이 적힌 계산서, 그리고 그 고약한 구정물 커피로 이루어진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커피포트는 가느다란 주둥이가 뾰족하게 나와 있어서 커피를 따르기가 쉽고, 뚜껑이 열리는 걸 막아 주는 안전 장치를 갖추고 있다. 갓 끓인 향기 그윽한 커피를 컵에다가 직접 따를 수 있게 되어 있는 전통적인 커피 끓이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랜드 호텔이나 침대 차량에서 구정물 커피를 줄 때 사용하는 커피 포트는 주둥이가 아주 넓게 벌어져 있다. 마치 기형의 펠리컨을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뚜껑이 제멋대로 움직이게 되어 있어서 포트를 기울이기만 하면 이내 아래로 빠져 버린다.

움베르토 에코의 단행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中에서

출처: https://pgr21.com/humor/469230

[텍스트] 어떤 이탈리아인의 커피부심

커피의 종류는 참으로 많고 맛있는 커피도 가지가지다. 나폴리 커피와 에스프레소가 있는가 하면, 터키 커피와 브라질의 카페시뉴, 프랑스의 블랙커피, 아메리칸 커피도 있다. 이 모두가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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