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7월 8일, 신한민보라는 미국의 한인신문에서 어떤 논객이 익명으로 투고한 논설입니다. 그는 베르사유평화조약이 휴짓조각에 불과하며, 또 하나의 전쟁을 막을 수 없다고 보았는데, 그 논지를 보면 정말 예언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당대 조선에 이렇게 통찰력이 있는 인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뛰어난 식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장이 아주 시니컬하고 또 맛깔나는데, 뭐랄까... 대단한 위트와 함께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감정이 섞여 개인적 처절함과 세상에 대한 통탄을 잘 나타내는 듯합니다. 솔직히 이 글을 읽으면서, 등골이 전율할 정도로 소름돋았습니다. 나름 전간기(Interwar period) 유럽의 명사들의 글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구 변방 조선의 논설가가 쓴 이 글이 가장 놀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