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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어느 한 조선인 노스트라다무스의 기고글

lusty 2023. 4. 9. 20:32

1919년 7월 8일, 신한민보라는 미국의 한인신문에서 어떤 논객이 익명으로 투고한 논설입니다. 그는 베르사유평화조약이 휴짓조각에 불과하며, 또 하나의 전쟁을 막을 수 없다고 보았는데, 그 논지를 보면 정말 예언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당대 조선에 이렇게 통찰력이 있는 인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뛰어난 식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장이 아주 시니컬하고 또 맛깔나는데, 뭐랄까... 대단한 위트와 함께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감정이 섞여 개인적 처절함과 세상에 대한 통탄을 잘 나타내는 듯합니다.

솔직히 이 글을 읽으면서, 등골이 전율할 정도로 소름돋았습니다. 나름 전간기(Interwar period) 유럽의 명사들의 글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구 변방 조선의 논설가가 쓴 이 글이 가장 놀랍습니다. 아주 정확하고 예안적입니다. 근래 읽었던 글 중에서 가장 감동(?)적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글만큼은 시간 내서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밝히지만 이 글은 1919년 7월 8일, 미국 뉴욕타임즈도 아니고 영국 텔레그래프도 아닌 조선인 신문에서 발간된 글입니다.
이 글의 저자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대체 누구인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이 글 이후 무슨 활동을 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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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1월부터 6월까지 반년 동안의 장구한 세월을 허비하여 연합열강이 준비하여 놓은 평화조약의 67만자 되는 장황한 국제법문이 지난달 28일에 각국평화 대사들이 중국 대사 이외에 다 서명하였은즉, 이 평화조약이 과연 세계의 장구한 평화를 유지하리만치 되었으며, 각국 민족의 원만한 해결을 주리만치 되었으며, 세계적 민중의 정신을 표준하리만치 되었는가?

조약을 휴지로 쓰려,

첫째, 세계의 영구한 평화를 유지 문제에 대하여는 독일이 다시 프랑스를 공격하여 세계의 평화를 요란케 할까 근심하며 방비하기 위하여 연합열강이 라인강 등 저편에 독일포대를 철회하며 30마일 안에는 독일의 군대를 유둔하지 못하게 하며, 합중국, 프랑스, 영국 삼국이 동맹하여 만일 독일이 프랑스를 다시 침범하면 곧 삼국이 합력하여 물리치자 하였으니, 이는 독일이 다시 개전하겠다는 생각을 두지 못하게 함이니, 이 방면으로 관찰하면 이번 파리평화조약이 과연 유럽과 세계의 영구적 평화를 유지할 만한 복음이라 할 듯하며, 그 복음을 전하는 비둘기가 지구상 춘풍화기에 펄펄 날아다니며 소리를 지르되 하느님의 나라에 임하였은즉, 다시는 생명을 도륙하는 참혹한 화가 없으리라 할 듯하나, 그러나 독일이 비둘기를 환영하며 세계각국민이 다 이 비둘기를 환영할까?

2백여 년 동안을 죽었다가 지금에 부활한 폴란드 민족과 4,5백년 동안을 속박에 눌렸다가 지금 자유를 얻은 체코슬로바키아 민족들은 이 비둘기를 환영하며, 또 연합열강국은 이 비둘기를 사랑하여 봉황이 온 듯이 천사가 하강한듯이 도처에 환영을 받으려니와 묻노라, 독일이 이 비둘기를 환영하는가? 아니라. 독일은 이 평화조약을 승인하였은즉 무슨 방편으로든지 이 조약을 휴지로 쓰게 만들 기회만 보고 있을지라. 저 독일 민족만 못한 왜놈들도 청일전쟁 이후 시모노세키 조약과 러일전쟁 시에 한일공수동맹과 한미수호조약을 일일이 휴지로 쓰던 역사가 있고, 러시아는 1856년 파리조약을 휴지로 쓰던 사실이 있되, 스스로의 이익만을 위하는 세계정치가들은 그때의 형세를 따라 그와 같이 국제상의 중요한 법문을 휴지로 쓰는 이유를 질문하여 본 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 휴지를 한조각씩 나누어 자기의 바람벽을 바른 일도 있으므로, 오늘까지 왜놈이 휴지로 만든 국제상 조약만 가지고도 3층 양옥을 넉넉히 도벽할 수 있도다.

그러면 10년 후나 혹은 20년 후에 독일이 이번 파리 조약을 휴지로 쓰고자 할 때에 이전에 왜놈을 도와 국제상 조약을 휴지로 쓰게 하던 사실과 같이 독일을 도와줄 자 있겠는가 없겠는가? 그때에 독일을 도와줄 자는 이번 평화회의에 불평을 품은 민족이라 하노라. 이번 파리에 모인 몇몇 정치가들이 스스로의 이익만 위하고 윌슨 대통령의 14조목을 일일이 채용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각국 민족에게 대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였으므로 남에게 속박을 받는 민족들은 이 평화조약을 신성한 법문으로 알지 않기 때문에 휴지로 쓸 능력은 없으나 휴지로 보기는 한다. 어떻든지 능력만 얻게 되면 한 조각씩 나누어 도벽을 할 것은 당연한 이치라. 1882년 한미조약을 체결할 때에 누가 휴지로 쓸 생각이나 하였겠냐마는 왜놈이 휴지로 썼고, 1856년 파리조약 할 때에 누가 휴지로 쓸 꿈이나 꾸었으리오마는 러시아가 휴지로 썼은즉, 소위 평화조약은 일변 휴지로 쓰며 일변 만드는 것이요, 억만세 무궁토록 두어두고 쓰는 것은 아니로다.

독일이 지금 형편으로는 어찌할 수 없지마는 이와 같은 평화조약을 영영 복종할지 참으로 의문이다. 독일이 이번 전쟁에 전사자가 160만이요, 중상자가 350만이요, 재산손해가 배상금까지 합하면 1천억만 달러가량인즉 인력과 경제력의 쇠잔이 극도에 달하여 다시 열강과 전쟁할 여력이 없으며, 게다가 모든 식민지와 폴란드와 알자스-로렌 등 영토를 잃었고, 또는 볼셰비키의 혁명 풍도를 인하여 아주 멸망할 것 같으나 그러나 튜튼 민족은 조직의 능력이 탁월한 민족인즉 유럽에 없어지지 않을지며, 또는 이번 전쟁 결과로 폴란드의 인구와 알자스-로렌의 인구를 아울러 5백여만 명을 잃었으나, 만일 오스트리아를 합하고 보면 8백여 만 명 인구를 증가하게 되리니, 이렇게 되면 독일이 유럽의 제일 강국이 될 것은 사실인데, 이 두 나라가 장차 연합될 듯한 이유는 오스트리아 민족 통치하에 있던 체코슬로바키아 민족이 따로 난 뒤에 오직 8백여만 명 독일 오스트링만 남아 있은즉, 독일 연방과 연합하지 않으면 슬라브 민족의 세력을 당할 수 없고 게다가 각국 사이에 처하였은즉 도저히 생존을 유지할 수 없는 고로 독일 연방과 연합하기 쉬운 일이요, [(!!!!!!!!!!! +_+ !!!!!!!)]

  또는 독일이 4개년 동안 전쟁할 때에 그 인구 보충문제에 대하여 정부가 강제로 국내 여자 중에 생산년기에 있는 자는 혼인 비혼인을 물론하고 적게 잡아도 한 둘 이상의 생산을 하고야 말게 한고로 독일의 전시 중 생산이 크게 줄지 않았고 장차라도 그와 같은 법률을 쓸 터인즉 독일은 이번 전쟁에 축난 수효를 잠깐 회복할 터이며, 또는 전쟁에 제일 필요한 물건은 강철인데 독일이 알자스 로렌을 잃은 고로 로렌에 있는 철광을 빼앗겼은즉 강철의 출산지가 없으나, 그러나 독일이 1870년에 로렌을 얻기 전에는 동프로이센에 있는 철광을 채굴하여 철공장에 수응을 공급하다가 로렌을 얻은 이후에 그 철광의 생식력이 로렌의 철광만 못한 고로 그 철광을 폐지하였으나 지금 다시 개광할 수도 있으며 또는 세계 시장은 제한이 없음으로 돈만 있으면 어느 곳의 강철이라도 다 수입할 수 있은 즉 독일은 넉넉히 군기를 만들어 쓸 수 있고, 또는 이번 평화회의에서 라인강으로 독일과 프랑스 국계선을 만들지 못하고 오데르강으로 폴란드와 독일 양국 간의 국경선을 만들지 못한 이상에는 서부 유럽과 동부 유럽의 국방이 그렇게 튼튼하지 못한 바, [(크으 소오름..)]비록 포대를 철수시키고 군대를 주둔치 못하게 한들 어찌 맘을 놓을 수 있으리오

제국과 민주주의,

둘째, 각국 민족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원만한 해결이 있는가 함이니 이번 전쟁은 곧 제국주의와 민주주의가 서로 충돌하여 필경 제국주의를 깨트려 부수고 민주주의의 대승첩을 얻음이며, 중동부유럽의 삼대제국(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을 두드려 없이하며, 소아시아의 터키제국을 전복하고 그 자리에 공국, 민국을 새로 건설하였으니, 동부 유럽에 가장 강하고 오랜 제국이 거꾸러지고 그 황제들은 능욕을 받았은즉 민주주의 승첩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으나 오늘 세계에 전제제국이 하나도 없이 다 망하였는가? 아니라! 아직도 아시아에서 제국주의를 가지고 소약국 민족을 압박하며 학살하는 제국인 왜국이 남아 있은즉 세계 민주주의가 십분 완전한 대승첩을 얻지 못하였다 하리로다.

1778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 수백 년 동안에 전제와 민주가 서로 충돌하는 틈에 수천백만 명의 성명의 피를 흘려오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전제가 거꾸러지고 민주가 득승하여 유럽의 소약민족이 거의 자유를 얻었은즉, 장래의 세계는 민주세계가 될 터인데 이번 평화조약에 이름을 둔 이들 가운데 민주주의를 대타격하며, 제국정책을 반포하며, 가이셔의 심팜을 거역하는 왜국이 참가하였은즉 이 조약을 휴지로 쓰고자 할 자는 그 조약에 서명한 왜놈이요, 곧 한미조약과 한일조약을 휴지로 만든 왜놈이로다.

국제상 조약이나 평민간 계약이나 경우가 꼭 같은데 술 잘 마시고 잡기 잘하는 호부자의 자식이 종교의 신덕이 과인한 숙녀와 혼인하게 되면 계약이 어찌 오래 갈 이치가 있으리오. 필경 이혼하는 날이 있는 것과 같이 이번 평화조약에 서명한 열강 중에 불행히 제국주의를 가진 왜놈이 뛰어 들어갔은즉 두 의견(민주와 제국)이 서로 충돌될 때가 있을 것은 정하여 놓은 이치라. 어찌 한편에는 민주주의가 대승첩을 얻은 동시에 제국주의를 영영 그대로 둘 이치가 있으리오. 또 만일 장래에 제국주의가 다시 세력을 잡아 민주주의를 거꾸러치게 되면 이번 평화조약은 대다수의 민주국이 승인한 조약인즉 그 조약을 변경하지 않을 이치가 없도다.

각국의 세력균형 문제,

셋쨰, 세계열강의 세력균형 문제에 대하여 국제연맹이 담보한다 하나 이 국제연맹이 과연 국제상 시비를 판결할 만한 최고등 권리를 가졌는가? 지금 형편으로 관찰하건대 국제연맹에 참가하겠다는 열강이 다 그 주권을 주장하여 일보라도 그 주권을 국제연맹에게 양도하지 않고자 한즉 국제상 시비는 자연히 세력 있는 나라에게 끌려 갈 것이 분명하며, 또는 합중국, 프랑스, 영국이 따로 동맹을 하였은즉 그 축에 들지 못한 나라들은 그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여 의심을 품고 그와 같이 두 세 나라가 한 뭉치가 되어 그 세력을 견고케 하려 할 것은 세계열강의 정치상 태도라.

현금 고립한 이탈리아나 독일이나 러시아나 혹 일본이 한 편으로 설지도 모르며 [(저 솔직히 이 구절 읽으면서 소름돋았습니다)] 비록 세계열강이 다 국제연맹에 참가한다 할지라도 응당 그 가운데 한 나라 안에 정당이 있는 것과 같이 몇몇 나라들이 단합하여 한편에서 서고 또 몇몇 나라들이 연합하여 다른 편에 서게 될 것은 사실이라. 한 나라 안에 정당 다툼이 과도하면 미국의 남북 전쟁과 같은 내란이 생기는 법인즉 국제연맹 안에서 국제상 다툼이 과격한 즉 국제 전쟁이 될지니 이번 평화조약에 서명한 정치가들의 주의 정신이 동일한가 하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도다.

윌슨 대통령은 참으로 세계의 영원한 평화를 유지할 주의로 서명하였지마는, 영국 수상 로이드 조지는 영국의 해상독권을 차지할 뜻으로, 프랑스 수상 클레망소는 1870년의 옛 원수를 보복할 뜻으로 이탈리아 수상 오를란도는 영토 확장할 뜻으로, 왜놈 대사 마키노는 산둥성을 먹을 뜻으로 서명하였고, 독일 대사는 강력에 못 견디어 억지로 서명하였고, 기타 열국 대사들은 총수를 채울 따름이라. 이러한 조약이 영세무궁토록 보전하기를 바랄 수 있으리오.. 그러면 이상의 3대 원인을 인하여 영원한 평화를 보전하기가 어려울진저.

[(그리고 이 문단 읽으면서 두번째 소름 돋았습니다)]



출처 https://pgr21.com/recommend/3125

[역사] 1919년 어느 한 조선인 노스트라다무스의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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