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초기 병원을 자주 들락거릴 무렵의 일이다. 표적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백혈구가 500 이하로 떨어지면서 입원을 자주했다. 지방 암 전문센터의 병실이 제법 남아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이야 워낙 약이 잘 나와서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생존률이 높은 병이라는 걸 알지만 당시에는 백혈병이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보던 불치병의 이미지 그 자체라 벌벌 떨면서 입원을 했더랬다. 아마도 담당 과마다 배치되는 병실이 따로 있는 모양인지 갈 때마다 대개 비슷한 병동에 입원을 하곤 했는데, 달마다 일수 도장을 찍듯 얼굴을 들이밀다 보니 익숙한 얼굴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때로 백혈구 수치가 너무 떨어져 장기 입원을 할 때면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을 사귀기도 하고 말이다. 암 병동이다보니 동병상련의 정이라고 할까.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