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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오해한 이야기

lusty 2023. 3. 13. 08:28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어린 시절 죽마고우처럼 거리낌 없이 지내는 대학 1년 후배가 있다.
고작 1년 선배이지만 항상 우리에게 깍듯하게 대하던 녀석이 우리와 말을 편하게 하게 된 건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아마도 3년 전 술자리였던 것 같은데 나와 친구들은 녀석에게 이제는 우리에게 편하게 말을 놓으라고 말했다.

"어떻게 형들한테 말을 놔요..1년 선배도 선배인데.."

"괜찮아.. 이미 생긴 걸로는 신입생 때부터 넌 우리와 동갑 아니 네가 오히려 우리보다 선배로 보였어."

녀석도 본인의 타고난 노안을 인정하는지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고 말했다.

"그래? 그럼 한잔해야지! 이 새끼들아!"

정확히 16년간 참아온 녀석은 나와 내 친구들을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가장 적절한 '새끼'라는 호칭으로 불렀고, 잠시 적막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새끼" 라는 호칭을 거부하지는 않았고 "이제 저 새끼도 우리를 새끼라 부를 나이가 됐지.. 머리도 이미 까질 대로 까졌잖아.."
라며 인정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녀석은 갑자기 우리에게 월요일부터 술을 마시자며 연락이 왔다. 많은 유부남은 공감하겠지만, 평일 저녁 술을 마시려면
그분의 승낙을 받아야만 했다.

"난데.. 오늘 **이가 저녁에 좀 보자고 하는데 술 좀 마시고 들어갈 거 같아."

"**이? 그게 누군데?"

"내 후배 있잖아..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아.. 그 오빠... 월요일부터 너무 늦게까지 마시지 말고 적당히 조금만 마시고 들어와."
(정확히 제대 후 탈모가 시작된 녀석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외모의 김광규 아저씨를 많이 닮았다.)

약속 시간과 장소에 나와 친구들 그리고 후배 녀석이 모였고 후배 녀석은 우리에게 오늘 술을 살 일이 생겼다며 우리를 이열종대로
세우고 참치 횟집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메뉴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스페살로 다섯!!" 이라 외쳤다. 매번 보급형 서민 참치회만을 먹던 우리가
스페살를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오늘 형들 보자고 한 건..."

"그만! 난 뭔지 알 거 같아!"

후배 녀석이 우리에게 소주를 한 잔씩 따라준 뒤 말을 꺼내려 할 때 친구 중 한 녀석이 후배의 말을 끊고 말했다.

"너는 오늘 우리에게 대략 가로 152mm 세로 304mm 사이즈 봉투에 들어있는 약간은 두꺼운 재질의 종이로 된 초대장을 몸을 베베 꼬며
한 장씩 주겠지. 그리고 그 초대장의 내용은 지극히도 상투적인 문구와 너와 너희 부모님 이름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여인과 그 부모의 이름이
적혀져 있겠지. 물론 네가 센스있는 놈이라면 계좌번호도 넣었을 것이고....."

"뭔 개소리야?"

"뭔 개소리긴. 넌 한 번도 우리를 만날 때 가방을 들고나온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가방을 들고 나왔어. 그리고 우리가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넌 지금까지 가방을 풀어 놓지 않고 결정적으로 평소 칠레산 대패 삼겹살 사는 것도 망설이던 네놈이 우리에게 두 당 5만 원
상당의 고급 참치회를 쏜다고 했을 때 이미 난 눈치챘어! 후후훗..."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코난을 거의 20년간 보더니 녀석도 코난이 다 된 것 같았다. 녀석은 마치 미제 사건을 해결한 코난처럼
어깨를 으쓱이며 녀석을 바라봤다.

"만화가 사람을 완전히 망쳐놨네.. 무슨 내가 청첩장을 주려 왔다고? 결혼할 여자도 없는데?"

"맞다.. 저 녀석 여자친구 없잖아. 저 녀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웅동체 아니었어?"

"닥쳐 새끼들아! 결혼을 꼭 여자랑 하는 게 아니잖아! 난 이해할 수 있어. 어서 우리에게 청첩장을 꺼내고 말해! 고백해!"

"미친..  형 미쳤어? 내가 오늘 보자고 한 건 다다음주 토요일이 우리 어머니 회갑이신데 와서 분위기 좀 띄워달라고 부탁하려고 한 거야!
그리고 뭐? 자웅동체? 나도 한때는 여자친구 있었거든!"

녀석의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말에 언제부터 사람의 손을 여자친구라 불렸냐며 반박하고 싶었지만 녀석의 투박하지만 가끔은 섬세할 거
같은 여자친구에게 맞을 거 같아 참았다.

"아... 어머니 회갑이셔? 추..축하드린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우리는 "그래 녀석이 뜬금없이 결혼할 리가 없잖아.." 라고 안도하며 스페살~ 참치회를 먹었고 2차는 노래방으로 가 회갑연 리허설을
간단하게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 .....

그런데... 후배 녀석 고향이 부산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단독무대로 민요 메들리 하기로 했는데....
이런...
출처 그래도.. 장가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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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길
2016-10-18 11:17:22추천 44

꼬릿말 입니다!


1. 드디어 취직했다. 자랑이지만 연봉도 올랐고, 승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취직 후 처음으로 사장님과 면담하는 날 나는 80%의 아부와 20%의 팩트를 가지고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사장님께서 직원들의 복지를 신경 쓰는 마음이 아주 크신 것 같습니다.."

"허허허허...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역시 칭찬 들어서 기분 나쁜 사람은 없다.)

"제가 사장님 면접 보기 전 너무 긴장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비데가 설치된 회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주는
회사는 처음이었습니다."

"허허허... 그.. 그런가?"
사장님은 약간 어색한 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그게.. 자네 면접 봤던 상무 있지? 그 사람이 치질이 있어.. 그래서인지 상무가 작년에 강력히 주장해서 직원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했다네...
그것도 수압이 아주 좋은 놈으로...그래도 자네가 복지로 생각해준다니 고맙네.. 그리고 상무가 치질있다는 건 비밀일세.."

면접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근엄하고 다가서기 힘들 거 같은 거리감이 느껴졌던 상무님이 같은 치질..(물론 나는 완치됐다!!! 진짜다!) 에
같은 똥쟁이라는 것이 반가웠다. 다음에 더 친해지면 치질 방석 사드려야지.. 빨간색으로..

2. 상무님과 비밀 치질 일기를 써볼까..♡
댓글 5개 ▲
★도담길
2016-10-18 11:17:37추천 13

취업 축하드려요♡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성성2
2016-10-18 11:20:38추천 40

감사합니다. 그동안 열심히 놀았으니 이제 천천히 쉬엄쉬엄 일해야죠..
내맘대로리뷰어
2016-10-18 14:55:49추천 24

놀 때는 열심히, 일할 때는 쉬엄쉬엄. 인생의 진리를 깨달으셨군요
★힉토르
2016-10-18 15:36:21추천 7
치질교환일기 사이에 싹트는 핑크빛 치핵
★저체
2016-10-18 17:07:23추천 2
매번 글 잘 읽고있어요 ! 삼삼이 맛난간식 더더 먹을수있겠네요 ! 매일 데리러마중가는 아빠는 잠시 안녕이지만요 ㅜㅜ
베스트 게시판으로 복사되었습니다!!!
Mithrandir
2016-10-18 14:53:31추천 12

비밀 치질 일기는 뭐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3개 ▲
★성성2
2016-10-18 15:34:25추천 52

오늘 상무님을 포함한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는데, 우연치않게 제 앞에 앉으셨습니다.

뭔가 불편하신 듯 엉덩이를 들썩이실 때마다 같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 라는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지어드렸죠. 상무님께서도 "저 자식은 내 고통을 아는구나!" 하는 눈빛이셨습니다.

오늘부터 비밀 치질 1일 ~
Scuderia
2016-10-18 17:06:51추천 8
아조시랑 비밀치질 할래?
넉울휘
2016-10-18 17:09:24추천 11

작성자님 완치 됐다면서요?작성자님?
↕永久童精
2016-10-18 14:54:39추천 1
앉아서 하시는 일이시라면 치질 더 힘드실 건데...
힘내세요.
위로는 휑해져서 춥고
아래로는 갑툭튀해서 열나고 아프고....

그래도 취직을 축하드립니다.

디아3도 새시즌이 되는데 대머리 수도는 누가 돌리나요. ㅋㅋㅋ
혼자걷는인생
2016-10-18 14:56:34추천 1
이 다음엔 치질(이라쓰고 똥글이라 읽는다)관련 글이군여~

재밌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서 똥관련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는 1人)
♡류♡준♡열♡
2016-10-18 15:33:05추천 2
아... 그럼 장인어른과의 똥사건(?)때...
그곳이 많이 쓰리셨겠군요....치질이면....

끔찍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1개 ▲
★성성2
2016-10-18 15:37:20추천 7
아.... 저는 치질을 제대할 때 전역증과 함께 달고 나온 거라..
그때는 이미 고통이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장인어른과 흐뭇한 시간을 보낼 때 우리 사위는 똥쟁이라는 평생 안고 갈 짐이 생긴게
제대로 닦지 못한 똥고보다 더 쓰라렸습니다.
★성성2
2016-10-18 15:53:05추천 61

오후 14시 30분...
상무님과 간단한 면담을 했다. 업무에 대한 이야기, 회사 적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를 일어나기 전 조심스럽게 상무님께 여쭤봤다.

"상무님.. 저 그런데..."

"성팀장.. 뭐? 또 궁금한거 있나요?"

"혹시 치질 증상이 어떠신지 여쭤봐도.."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저도 한때 치핵으로... 그동안 뭔가 불편하신 자세로 계시는 상무님의 모습을 보고 대충 눈치 챘습니다..."

"젊은 친구가 치핵으로 고생했구만.. 그래 몇 기였지?"

"저는 3기여서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받았었죠.."

"어이쿠.. 이런 그래서 지금은 좋아졌나?"

"네. 저는 수술 받은지 10년도 훨씬 넘고 지금은 불편한 것도 없고 대신 똥 쌀 때 항상 긴장하고 쌉니다."

"그렇지.. 똥 쌀 때 중요하지.. 오래 싸도 안 돼, 너무 힘을 줘도 안 돼..아파..." (상무님은 이때 똥 쌀 때를 상상하셨는지 약간 인상을 찌푸리셨다.)

"상무님은 몇 기 이신데요?"

"나는 아직 2기라서 수술까지는 아니고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어.. 그래도 불편하네 한 번씩.."

"꼭 완치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래.. 자네도 힘든 시기(?) 잘 이겨냈으니 앞으로도 똥 쌀 때 지금처럼 각별히 신경쓰게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임원과 똥 이야기를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편하게 이야기 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본문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화장실 라이벌이자 똥 친구가 생긴 거 같아 뿌듯하다.
댓글 1개 ▲
★소나무이야기
2016-10-18 23:21:06추천 1
상무님이 진짜 허심탄회하시네요ㅋㅋㅋㅋㅋ
아 상상하니 무슨 시트콤 같아서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
끼부릴꼬냑
2016-10-18 16:21:02추천 2
머야 이거.. 본문보다 꼬릿말이 더 흥미진진하자나?
가담항설
2016-10-18 16:54:00추천 2
ㅋㅋㅋㅋㅋ똥비밀일기는 뭔가요ㅋㅋㅋㅋ
베오베 게시판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시그나뚜레
2016-10-18 17:21:30추천 7
백일째는  엉덩이까리  맞춤 하는건가요?
댓글 3개 ▲
★똥강아지키움
2016-10-19 05:29:43추천 1
얼굴돌리듯이 45도 틀어서..

아.. 상상해버렸다..
[본인삭제]꼬다르레기
2016-10-25 17:30:16추천 0
★ck2377
2016-10-28 22:06:22추천 0
그중 한넘이 방향을 돌리면...
★littlegirl
2016-10-18 19:32:29추천 2
수술을 할 정도의 3기는 어떤 증상이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에요.
댓글 1개 ▲
★고학력백수
2016-10-20 09:25:48추천 0
1기는 이물감
2기는 밖으로 나오는데 누르면 들어가는 수준
3기면 눌러도 안들어가는

참고로 치질은 치열 치루 치핵이 있고
1 2 3기는 치핵에만 해당 합니다
세월호900일
2016-10-18 23:00:05추천 0
아이고 좀 더 쉬시지....
일하던 사람들은 몸이 근질거려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네요.
더욱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성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