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공계 대학원생입니다.
어제 논문이 억셉되고 나서 들뜬 마음에 김박사넷에 글을 썼는데, 반응이 좋길래 제 마음의 고향인 여기에도 글을 남깁니다.
작년 여름에 코로나로 결혼식이 미뤄지고, 제가 하고 있는 연구와 유사한 논문이 중국에서 나오고......
멘탈이 너덜너덜했을 때 많은 분들이 위로해 주신 것에 감사드려요.
덕분에 결혼식도 잘 했고, 하고 있었던 연구는 어제 억셉이 되었고, 또 다른 연구도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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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제가 논문을 처음으로 쓸 때
정말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해서 선배들에게 붙잡고 물어봤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그냥 쓰다보면 알게 돼” 였거든요. 야속하더라구요.
네. 이제는 조금 쓰다보니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논문 쓰는게 막막하신 분들에게 제가 아는 팁을 공유드립니다.
생명과학 분야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1. 필요한 프로그램
워드, 파워포인트, 엔드노트, Grammarly, 그래프패드(유료), Quillbot, Turninit(유료), 포토스케이프, 구글 번역
워드, 파워포인트의 팁은 뒤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엔드노트: 단순히 reference를 넣는 프로그램으로 한정짓기엔 아까운 프로그램입니다. 보고 계시는 논문(PDF)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사용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미 다운받은 논문(PDF) 정리: File -> Import -> File 또는 Folder -> Import file에 이미 다운받은 PDF 또는 폴더 선택 -> Import option: PDF 선택 후 OK => 가지고 있는 논문의 서지사항을 (절반 이상의 확률로) 자동으로 넣어줍니다.
서지사항 다운: 가장 편한 것은 Pubmed입니다. 구글 또는 펍메드에서 논문 검색 후에 pubmed 사이트 -> Actions “Cite” 클릭 -> Download 클릭 -> 다운 후 열기
펍메드가 아닌 각 저널의 사이트면 “Download citation”, “Export” 등의 버튼을 찾아서 다운 받으신 후 열면 됩니다. (사이트마다 다~ 다릅니다)
서지사항 자동 PDF 다운로드: 서지사항 우클릭 후 Find full text -> (유료 구독 논문 제외하고) 자동으로 PDF를 다운해서 서지사항에 연동시켜줍니다. 이건 생각이상으로 위대한... 기능입니다. 써보셔야 합니다.
서지사항 업데이트 (처음 online 버전으로 나오고, 추후 volume, issue, page가 정해질 때 사용하면 좋은 기능입니다): 서지사항 우클릭 후 Find reference update 클릭
본문 검색: 제가 이번 논문에 in silico라는 단어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이 단어에 적합한 문장 구조나 호응하는 주어, 동사, 부사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때 쓰는 기능이 본문 검색이었습니다. Advanced search -> PDF -> in silico 검색. 이렇게하면 가지고 있는 논문의 본문에서 in silico를 검색해 줍니다. 구글에서는 대부분 제목과 abstract까지만 찾아주는 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꿀팁이죠. 이를 잘 써먹기 위해서라도 엔드노트에 PDF로 논문을 잘 모아두세요. 큰 자산이 됩니다. (제 가장 큰 자랑을 하자면, 엔드노트에 7500개의 PDF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중복된 것도 있지만, 그걸 빼더라도 6000개는 넘는 것 같네요. 누적의 힘은 정말 위대합니다. 진짜요)
위의 기능만 잘 사용해도 엔드노트에서 논문 검색하고, 논문 읽고, 정리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일일이 폴더 만들어서 논문 PDF 정리하고 계신분들은 반드시 엔드노트 쓰세요. 두 번 쓰세요)
Grammarly: https://www.grammarly.com/office-addin 들어가신 후에 설치하셔서 워드에 연동시키세요. 유료(프리미엄)는 1년 써봤는데 크게 도움이 안되었습니다. 그냥 무료버전 쓰셔도 됩니다. 기본적인 오타, 문법들을 다 잡아줍니다. 워드가 빨간줄 그어주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래프패드: 유료 프로그램이고, 비싸지만, 쓰시기를 권장합니다. 개인으로 구매하시든, 실험실에서 구매해서 같이 쓰시든 꼭 쓰세요. 직관적이고, 통계처리하기에 쉽고, 나중에 그래프 크기나 형태를 변형하실 때 매우 좋습니다. 저는 그래프패드 내에서 arial, 폰트크기 14, 세로 5 cm로 그래프를 제작한 후, PPT로 복사하고, 개체의 크기를 50%로 합니다. 그러면 PPT에서 arial, 폰트 크기 7로 일관적이게 쓸 수 있습니다.
Quillbot: https://quillbot.com/ AI 기반의 패러프레이징 사이트입니다. 빈약한 어휘력으로 매번 같은 표현을 쓰는 저에겐 단비같은 사이트입니다.
Turninit: 표절 검색 프로그램입니다. 국문 논문에 카피킬러가 있다면, 영어 논문은 턴인잇이 있죠. 본인이 참고한 논문이 무엇인지 적나라... 하게 잘 알려줍니다. 표절을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패러프레이징 하시길 권장드립니다. 유료입니다만 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디를 구매했을 확률이 꽤나 높습니다.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하셔서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보세요.
포토스케이프: http://photoscape.co.kr/ps/main/download.php 사진 데이터 (특히 웨스턴) 쓰시는 분들은 꼭 사용하세요. 두 번 쓰세요. 맨날 웨스턴 밴드가 기울어져 있으신 분들은 이 프로그램 쓰시고 신세계를 맛보신 후에, 저한테 절해주세요. 미리 감사합니다.
구글 번역: https://translate.google.co.kr/?hl=ko 다들 잘 쓰고 계실텐데, 팁을 드리면 한글로 완전한 문장을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하지만, 번역된 영어는 다듬으셔야 합니다. 아래에 써놓은 어휘들을 참고해주세요.
2. 데이터 정리 및 통계 처리
2.1. 데이터 그림 정리
PPT에 하시면 됩니다. PPT가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 파일 -> 옵션 -> 고급 -> 파일 이미지 압축 안함 체크
- 디자인 -> 슬라이드 크기 -> 사용자 지정 -> 슬라이드 크기: A4 (세로).
- Arial, 글씨크기 10 (데이터가 많으면 8, 더 많으면 7).
- 쏠쏠한 단축키: Ctrl + Shift + 좌클릭 => 개체복사 기능인데 같은 자리에서 복사됩니다. 파워포인트 위에 쓴 label을 복사할 때 이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써보시면 무슨 말인지 압니다).
- 상하좌우 0.5 cm 정도 여백을 주면 그림을 보기가 더 편합니다. 18 cm x 24 cm 크기의 직사각형을 한가운데에 그려놓고 그 밖을 넘어가지 않게 데이터를 배치하시면 됩니다.
2.2. 통계 처리 (그래프패드 쓰세요. 대체품으로는 SPSS, Origin, R 등이 있습니다. 엑셀은 조금 곤란합니다...;;)
2개 비교: Student t-test
3개 이상 비교: One-way ANOVA
2개 조건에서 실험 (예: genotype x diet): Two-way ANOVA
같은 개체를 여러번 측정 (예: 몸무게, 키): Repeated measure ANOVA
데이터가 엄청 많음: Heatmap
두 변수 상관 분석: X-Y 그래프 그린 후 pearson correlation
3. 타겟 저널 정하기
데이터가 정리되면 자기 객관화의 시간을 가지셔야 합니다. 에디터에게 리젝 당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 리젝하는게 덜 상처 받잖아요... ㅠ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논문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상위 저널에서는 광범위한 분야의 독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논문을 요구합니다. 본인의 연구가 어떠한 면에서 의미가 있는지 연구를 하는 초기부터 고민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연구 중반에 방향성을 수정할 때도, 연구 후반에 하이라이트를 정할 때도 본인 연구의 강점과 의의를 고민하시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리젝을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지만, IF 5 저널도 어려운 논문을 30점 이상부터 투고하기 시작해서 10번 이상 리젝을 당하고, 6개월 이상의 시간을 에디터 리젝만 당하고, 마지막으로 투고한 저널에서 마이너 리비전만 받고 허탈해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저널 선정에 중요함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허탈함을 넘어서서 아카데미 분야에 회의를 느끼고 원래 진로였던 아카데미 분야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리젝은 적당히 당하는게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타겟 저널 정하는 것과 impact factor에 대해서는 피지알에 상주하는 많은 고학력자 눈팅 유저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다만 본 글의 주제는 아니니, 조금 더 정리해서 글을 새로 파볼 생각입니다.
제 분야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 Cell, Nature, Science: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은 어차피 여기는 생각도 안하시는 것 압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Impact factor 20이상 (Impact factor는 https://jcr.clarivate.com/jcr/home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road conceptual advance가 있어야 합니다. 즉, 본인이 속한 field의 개념을 진전시킬 수 있는 논문이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논문 제목에 연구한 유전자 이름이 들어가면 specific conceptual advance에 가깝지, broad conceptual advance가 대체로 아니라고 보셔도 됩니다. 이러한 저널을 목표로 삼으셨다면 최소한 연구의 중반부터는 내 논문이 어떠한 점에서 broad conceptual advance, 즉 내 분야가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흥미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 Impact factor 10 이상: Tissue-specific genetic model + RNA-seq 또는 이에 준하는 omics + 이외 다양하고 탄탄한 연구 결과 + 본인이 속한 field의 유행에서 5년 이상 뒤처지지 않음 (Introduction에 인용한 논문의 대부분이 2016년 이후에 나온 것이어야 합니다). 생명과학 쪽 분야는 저널의 IF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최근 연구의 유행에서 벗어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유행을 따라가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는 않지만, 투고하는 '을'의 입장에서는... 따라갈 수 밖에 없지요...
- Impact factor 5 이상: 특정 유전자의 역할을 특정 맥락에서 gain-of-function (overexpression)과 loss-of-function (knockdown, knockout)으로 충실하게 증명한 논문입니다. 또한 기전적 이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가 특정 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다음과 같은 실험으로 분석하시면 됩니다. 1) 정상세포/조직과 암세포/조직에서 유전자의 발현량 (+ TCGA 분석), 2) Overexpression 및 knockdown 후 세포 분열 (CCK assay 등), 콜로니 형성, qRT-PCR, Western blot 분석, 3) 특정 유전자가 암세포의 분열을 촉진/억제하는 기전 규명.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면 IF 5 이상의 논문은 충분히 도전해볼만 합니다.
대략적인 기준을 잡으셨으면, 구체적으로 저널을 정하세요. 연구실 선배들이 많이 낸 저널을 먼저 생각해 보시면 좋습니다. 각 저널들마다 추구하는 방향성과 범위가 모두 다릅니다. 이를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저널 사이트에 들어가서 1년여간 출간된 논문의 제목을 다 읽으시고, 본인의 연구 내용으로 그와 비슷한 수준의 제목을 쓸 수 있는지 판단해 보세요.
구체적인 저널을 마음속으로 정했다면 Author guideline을 읽으시고 준수하시면 됩니다. 아니, 준수하셔야 합니다. 저널 가이드라인에는 분명히 initial submission에는 굳이 저널의 형식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쓰여있긴 하지만, 사실 이건 거짓말에 가깝습니다. 정성을 들여서 에디터를 감동시키는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Nature 계열은 영국식 영어에 Fig. 1a, 라고 쓰고, Cell 계열은 미국식 영어에 Figure 1A라고 씁니다. 본인이 Nature 계열 editor라고 생각해 보세요. 만약 투고된 논문이 Cell 계열의 형식과 표현이라면 성의가 없어보이겠죠. 압도적으로 좋은 데이터가 아니라면 에디터는 원고를 reject 시키는게 그리 아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만 해도 1년에 5만 편 이상이 투고되는걸요. 본인의 지도교수가 1년에 한 편 씩 Cell, Nature, Science를 쓰는 대가가 아니라면, 에디터에게 성의를 보이시는게 중요합니다.
출처 https://pgr21.com/recommend/3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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