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기에 앞서 존대어가 아님을 양해바라며 그냥 날이 더워
지기 시작하니 무서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가볍게 킬링타임 용도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이며 허구가 아님을 밝힌다.
앞서 넌지시 언급하였듯 그냥 시간 때우기 용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보길 바란다.
반말이 기분 나쁜 분들은 나가셔도 좋다.
본인은 귀신을 믿지 않는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적 과학을 믿고,
종교도 믿지 않는다.인간과 기타 실제로 증명된 동식물을 제외
하면 아직까지도 귀신이나 유령을 허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겪었던 일들은 그런 나의 세계관을 무너뜨렸다.
사내만 둘 있는 가난한 집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둘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이셨다.
유년시절 억지로 끌려다니던 교회는 이방인들 에게는 그저
지옥과는 같은 시간이었다.
허나 엄격한 아버지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했기에
매주 일요일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 마냥 오전 예배는 무조건
참석해야 했다.
주말 오전 예배를 마치고,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 없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집까지 꽤나 오래 걸어야 했는데
우산이 없으니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아야 했다.
그 자체로도 이미 짜증이 났는데 집에 거의 도착했을때 아버지가
걸음을 멈추고 전봇대 옆에 놓여있는 장농을 보고는 상의도 없이
쓸만하다는 이유로 가져다 쓰자고 하셨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아버지의 말은 가족들에겐 늘 어명이었고
법규와도 같았다.
누구도 구시렁거릴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국딩4학년 형과 국딩2학년 나는 아버지를 보조하며 고사리같은
손으로 장농 옮기는 것을 도와야했다.
그 시절 그런 일련의 행위는 가난함의 상징적인 부분이라..
성장기 형제들에겐 정서적인 상실감이 있었다.
반지하 계단을 꾸역꾸역 내려와 문앞에 장농을 내려놨다.
뿌듯한 아버지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어머니와 두 형제의 표정
은 별로 밝지 못하였다.
형제가 함께 눕기도 비좁은 방 한켠에 장농이 놓여졌다.
칠은 여기 저기 벗겨지고,수평이 안 맞는지 열때마다 끼익하는
괴상한 소리를 냈다.왜 사람들이 그걸 버렸겠는가??
버려지는 물건에는 늘 어떠한 이유가 있었다.
비를 맞아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마른 기침이 나왔다.
이마를 만져보시던 어머니가 열이 많이 오르는 것 같다며 미리
비치해 놓았던 해열제를 한알 건내셔 먹었다.
증세가 호전이 안된다는 것을 내 스스로도 느꼈다.
양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갈되지는
않았으면 정신이 몽롱해지는 상태에 이르렀다.
엄마?엄마? 나 진짜 아픈 것 같아 너무 어지럽고 매스꺼워..
나의 부름에 어머니는 등을 토닥여 주시며 약을 추가로 주시고는
약기운이 더 퍼지면 괜찮아 질 꺼라고 위로하셨다.
모두가 잠든 늦은 오후 눈알이 빠질 것 같다는 생각에 눈을 슬며시
떳을때 나를 품에 안고 꾸벅꾸벅 조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아픔을 견디고 싶었지만 아픔이 버거운 어린나이...
온갖 심술을 내며 어머니를 깨웠다.
선잠을 주무시던 어머니가 깨셔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신다.
열이 펄펄인데 그 시절 우리집은 응급실이 사치였을 것이다.
자장..자장..우리 막내...자장 자장 잘도 잔다.
조금만 참고 자고 나면 약기운이 돌아서 괜찮아 질꺼야...
그런 민간요법(?)이 통할리는 만무했으나 그저 어머니에 품에서
고통을 견디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 토닥임과 어머니의 음성이 마음에 안정으로 돌아와 마치
플라시보 효과처럼 늦은 새벽 스르륵 눈을 감았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온 것은 그렇게 잠깐 잠든지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한껏 예민해져 있는데 계속 귓가에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 오만상을 쓰며 눈을 떳을때 어머니는 고된 몸을 주체하지
못하시고 내 옆에 누워서 잠들어 계셨고,스윽스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안방에서 아버지와 잠든 형이 온건가 싶었다.
심술이 많아서 늘 어머니의 품을 두고 두 형제가 다투고는 했으니
...그런데 스윽스윽 뭔가를 끄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그 작은 방에 그 만큼이나 작은 창문이 있었는데 창문 뒤로..
전신주가 있어 빚이 새어들어왔다.
전체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일부분은 새어들어는 빚을 통해...
뭔가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게 보였다.
형은 아니다.그렇다고 아버지도 아니었다. 실루엣은 여자고
성인 정도의 키에 구부정한 자세로 절뚝 거리며 걷는 게...
정말 괴기스러웠다.손을 뻗어 어머니를 흔들었다.
엄마?엄마!이상한 아줌마가 있어...무서워 엄마...
내 목소리를 인지한 것은 어머니가 아니었다.
두걸음 앞에 보이는 절뚝 거리는 여자가 왔다리 갔다리 하던
움직임을 멈추고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직감적으로 나를 보는 구나 싶어 어머니를 더욱 세차게 흔들며
불렀다. 어머니는 반응이 없고,그 이상한 형체에 여성이 조용히
나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근거리에 보던 그 여성의 모습...
중단발에 헝클어진 머리에 여성은 명확하진 않지만 가뭄에 말라
버린 논바닥처럼 피부가 쫙 갈라져 엉망이었고 눈알에 초첨이
맞지 않는 사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막만한 입술은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고,내 기억으론 굉장히
마른 체형으로 기억한다. 나즈막히 입술을 오므려 이내 언어를
쏟아냈다.
자장...자장...우리 아가...자장...자장...잘도잔다...
급격한 두통이 몰려왔고,높은 산에 오르면 기압때문에 귀에서
웅~~~~하는 이명이 들리듯 단어나 음성이 뭉개지며 들렸다.
그것이 내가 태어나 처음 느꼈던 인간적인 공포의 첫 경험이었다.
눈물이 주루룩 흐르며 불가항력이 되었던 나는 최후의 방어수단
이었던 울음보를 터트렸다...엉엉엉엉.....
그 여성은 몸을 일으켜 뒤로 돌아 그 특유에 이상한 움직임으로
몸을 이끌고 정확히 그 장농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가 울음소리에 깨셨다.
아파서 우는 줄 아셨겠지? 아프기도 아픈데 정말 더럽게 무서워서
울었는데.... 의식에 흐름대고 지껄였다.
여자가 나와서 왔다 갔다 하다가 자장가도 부르고,그대로 장농
으로 들어갔어.엄마 장농에 여자가 들어갔어
당황하신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나를 안고서는 아파서 헛것을
본거라 하신다. 괜찮다고 괜찮아 질꺼라고..아파서 그런거라고..
위로를 하셨지만 진정이 되지 않았다.
불을 키라고 소리를 질렀다. 당장 불을 켜고,일어나서 저 장농을
확일하라고 저기 사람이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모든 가족이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무슨 일이냐며 노하신 아버지의 잔소리에 어머니는 단지 아픈
막내의 일장춘몽 해프닝 이라며 변명을 하셨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다들 정상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난 그러하지 못하였다.
열은 떨어졌는데 오한은 그대로였고,그 망한 웅~~거리는 이명
소리가 사라지질 않아서 모든 언어들이 다 뭉개져서 들렸다.
시체처럼 축 늘어져 뭐라고 말하는 어머니에 말에 대꾸도 못하고
멍하니 혼이 나간 사람처럼 허공을 응시했다.
엄마...나 엄마 말이 잘 안들려...귀에서 바람소리가 나...
가끔 고열을 앓고 나면 후유증이 있다는 걸 아셨는지 어머니가
학교에 내 병가를 내셨고,아버지와 형을 보내시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체온은 정상이었고,몸살 기운은 하루,이틀 더 약을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문제는 귀에서 들리는 이명이었다.
간단한 청력테스트를 받았는데 말이 뭉개져서 들릴뿐...
어쨋든 들렸고,대충 상대방의 말도 알아들었기에 그것도 며칠
더 지켜보다는 처방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왔을때 작은방에 이불을 펴시는 어머니를 보고
그 방은 싫다고 악을 썻다.
한숨을 푹 하고 내 쉬던 어머니가 장농을 활짝 열었다.
봐~~아무것도 없어...니가 아프서 헛것 본거야...괜찮아..
하지만 난 끝까지 그곳에 눕는 것을 거부하였고,고개를 도리도리
저으시던 어머니는 지 아빠 닮아서 똥고집만 쎄다며 이불을
안방에 펴주시고는 그곳에 날 눕혀주셨다.
간단히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죽을 먹고 병원 약을 먹었는데
급격히 졸음이 쏟아졌다.
엄마 옆에 있어줘...어디 가지마?
간절한 부탁에 어머니는 옆에 앉으셔서는 가볍게 가슴을 토닥여
주셨고,그 짧은 리듬에 약기운이 더해져 스르륵 눈이 감겼다.
단잠이었다. 눈을 떳을때 목이 마르다는 걸 느꼈다.
집안은 고요했고,어머니를 찾는 내 부름은 답이 없이 허공속을
맴돌았다. 반복되는 부름조차 고요속에 외침이 되었다.
분명 불안정한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는데...
육아 말고도 다른 할 일이 많으셨던 어머니는 그곳에 없으셨다.
평소라면 그런 고요함이 크게 낮설지는 않았을텐데 그날의 나는
그 공간이 어색했다. 그리고 곧 무서워졌다.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기에.. 스윽~~스윽~~스윽~~
익숙했다. 뭔가를 끄는 소리 간밤에 짜릿한 공포의 첫경험(?)을
선사했던 그 소리였다.
몸은 소리에 반응했고,동공의 지진은 내 심리를 대변하였다.
그렇게 2차전이 시작되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끝맺음....
시간이 나면 또 언젠가는 이야기를 이어가겠음....이상!
https://zul.im/0O8s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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