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따뜻해지고 공기 또한 청량감이 드는 시원한 날이었기에 산책 가기를 단행했다. 무릎에 까지 내려오는 검정 잠바를 목 끝까지 지퍼를 채우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온통 시커먼 모습 때문에 까마귀 처럼 보였다. 올록볼록 튀어오른 잠바 때문에 살찐 까마귀 처럼 보였다. 괜찮아. 잠바 때문에 그래. 내 살 아니야. 자주가는 산책로 입구에 어르신들이 장기두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오늘따라 유난히 그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하의 날씨에도 햇빛이 비추는 그 공간은 햇빛 때문만이 아니라 두분의 승부욕 때문에라도 그곳 공기가 후끈거렸다. 평소라면 별 생각없이 지나쳤을 텐데 그날은 왜인지 장기두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었다. 쭈뼛거리며 게걸음 같은 걸음으로 그곳으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